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뮤지컬 라이카 자셋 후기

작품의 모티브가 된 소설 어린 왕자를 읽고 우주개 라이카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찾아본 이후의 후기.

어린 왕자는 워낙에 유명한 소설인지라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사정이 이제는 가까이 느껴지기도 했고, 주인공의 현실적인 시선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 우주개 라이카에 대해서는 자둘 이후가 되어서야 사전 조사를 통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그저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 역사적인 사건으로서 접한 것은 처음이라 지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품의 바탕이 되는 사건과 소설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사전 정보 없이 볼 때와는 작품의 깊이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고 훨씬 새롭고 깊은 마음으로 감상을 할 수가 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소한 소품부터 대사 하나하나까지 어린 왕자에서 가져온 디테일이라는 것을 재관람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처음 라이카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는 어린이용 뮤지컬 같은 동심 어린 이야기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느껴져 좋았다.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뮤지컬 긴긴밤도 라이카처럼 동물과 인간, 그리고 전쟁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동물권과 전쟁의 폐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펄이카는 "나를 버리다니 너무 속상하고 슬퍼!! 엉엉" 같은 느낌이라면, 환이카는 "나를 버렸다고?!??!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아!! 흐엉엉" 같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후자가 조금 관람이 힘들었던 것 같다. (감정 동화 문제…)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라면 관람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자신의 고통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에서도 펄이카는 "나는 이미 희생당했지만, 이 고통을 평생 기억하고 그들이 진심으로 참회해 같은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는 느낌이었다면, 환이카는 "난 절대 용서 못 하지만 그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 괴롭고 싶지는 않아. 너희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날 기억하며 후회해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캐롤라인의 꿈이었다…'라는 결말에서 느껴진 것은 펄이 표현한 캐롤라인은 캐롤라인이 죄책감을 느끼며 '라이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던 것 같고, 환이 표현한 캐롤라인은 '차라리 날 원망하고 미워해 줘…'라고 바랐던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펄이카 쪽이 나의 캐릭터 해석과 더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