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었던 썰들

  • By. 진
  • 2025. 5. 9. 16:39
세상에 아름다운 불륜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자첫자막 후기

오늘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관람했다. 원작 소설을 접해본 적은 없어서 단지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봤는데 생각보다 꽤 본격적인 불륜 이야기가 펼쳐져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불륜을 다룰 때는 주인공들이 죄책감을 가지거나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나오기 마련인데 1막에서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주인공 프란체스카가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져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2막에 들어서야 비로소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가정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커다란 갈등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지점을 통해 1막의 프란체스카는 단순히 남편의 아내, 아이들의 어머니로서만 살아야 했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한때 꿈꿨던 삶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라는 운명 같은 두 사람은 비극적으로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안타까운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완벽한 해답은 없었기에 섣불리 응원할 수도 없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기에는 다소 파렴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카가 하나의 개인으로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고, 로버트가 그런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오랜 시간 조용히 기다려준 모습에서는 진심 어린 사랑이 느껴졌다. 비록 시작은 불미스럽게도 불륜이라는 상황이었지만 만약 둘의 만남이 이런 방식이 아니었다면, 프란체스카가 진정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를 더 좋은 시기, 더 좋은 기회에 만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연을 관람한 후에는 일행들과 함께 한강으로 출사를 나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전문적인 카메라를 처음 사용해보는 경험이라 무척 신기하고 즐거웠다. 렌즈가 고정되어 있어 확대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필름 카메라 특성상 기본적으로 확대 기능이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오히려 나름의 고증이 잘 결합된 체험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극 중에서 프란체스카는 그림을 그리고, 로버트는 사진을 찍는다. 그런 그들처럼, 좋아하는 수단을 통해 애정하는 대상을 이미지로 담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뜻깊은 하루였다.


매다리 정식

후지 X70

갤럭시 S25 Ultra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뮤지컬 라이카 자셋 후기

작품의 모티브가 된 소설 어린 왕자를 읽고 우주개 라이카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찾아본 이후의 후기.

어린 왕자는 워낙에 유명한 소설인지라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사정이 이제는 가까이 느껴지기도 했고, 주인공의 현실적인 시선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 우주개 라이카에 대해서는 자둘 이후가 되어서야 사전 조사를 통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그저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 역사적인 사건으로서 접한 것은 처음이라 지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품의 바탕이 되는 사건과 소설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사전 정보 없이 볼 때와는 작품의 깊이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고 훨씬 새롭고 깊은 마음으로 감상을 할 수가 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소한 소품부터 대사 하나하나까지 어린 왕자에서 가져온 디테일이라는 것을 재관람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처음 라이카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는 어린이용 뮤지컬 같은 동심 어린 이야기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느껴져 좋았다.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뮤지컬 긴긴밤도 라이카처럼 동물과 인간, 그리고 전쟁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동물권과 전쟁의 폐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펄이카는 "나를 버리다니 너무 속상하고 슬퍼!! 엉엉" 같은 느낌이라면, 환이카는 "나를 버렸다고?!??!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아!! 흐엉엉" 같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후자가 조금 관람이 힘들었던 것 같다. (감정 동화 문제…)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라면 관람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자신의 고통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에서도 펄이카는 "나는 이미 희생당했지만, 이 고통을 평생 기억하고 그들이 진심으로 참회해 같은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는 느낌이었다면, 환이카는 "난 절대 용서 못 하지만 그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 괴롭고 싶지는 않아. 너희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날 기억하며 후회해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캐롤라인의 꿈이었다…'라는 결말에서 느껴진 것은 펄이 표현한 캐롤라인은 캐롤라인이 죄책감을 느끼며 '라이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던 것 같고, 환이 표현한 캐롤라인은 '차라리 날 원망하고 미워해 줘…'라고 바랐던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펄이카 쪽이 나의 캐릭터 해석과 더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