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의 실험과 루시의 죽음에 대한 상관관계, 더 웨딩, 지킬앤하이드의 기독교적 분석
250416, 250422, 250423 분석 트윗 백업 및 추가 내용
오늘은 지킬이 루시와의 끌림을 자신의 악으로 치부하여 하이드를 창조하였기 때문에 하이드가 루시를 본능적으로 파괴하려 드는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이는 지킬이 루시(자신의 악을 일깨운 존재)를 제거하려는 본능적인 행위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지킬이 그녀를 욕망하면서도 제거시키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자는 그동안 지킬이 어째서 루시가 위험하다며 어터슨에게 편지를 부탁한 것일까 궁금하였는데(그야 루시는 미움 받을 법한 위선자가 아니니까) 저 해석이라면 그 근거가 매우 타당해진다. 이후 하이드가 루시를 죽이며 부르는 "사랑에 빠질 것 같아" 라는 대사와 루시의 죽음은 매우 대조되므로, 이것이 결국 지킬이 루시에게 품고 있던 이중적인 마음이 아닌가.
그러니까 루시는 지킬의 실험에 대한 메타포를 맡고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고(트폼에서부터 "영롱한 붉은꽃 내 맘을 유혹해."라는 대사가 나옴), 루시의 죽음은 결국 지킬이 실험으로 자신의 악을 제거하려 했던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장면이라는 것.
결국 지킬이 하이드를 제거하고 파괴하려 들수록 하이드는 필연적으로 루시를 더욱 괴롭히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킬이 자해(어터슨과 하이드의 만남 참조)까지 하며 하이드를 없애려고 시도했던 행위는 결국 루시가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킬에게 있어 하이드와 루시의 존재는 매우 역설적이다. 지킬은 작중 내내 하이드(자신의 악)를 제거하고자 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지켜내고자 했던 루시(자신의 악을 일깨워 준 원인 제공자)는 하이드의 손에 의해 죽게 되기 때문이다.
루시를 지키고자 했던 지킬의 마음은 사회적인 도덕성 때문이고, 결국 악(하이드)에 굴복하여 그녀를 지켜내지 못하였기 때문에 실험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로서 지킬은 자신이 지닌 일말의 도덕성을 증명해 줄 유일한 인물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킬에게 루시의 죽음은 충격적일 수밖에.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지킬은 상당한 회피성을 지닌 인물이다. 어쩌면 지킬은 루시만 없다면 자신은 무결했을 것이라며 그녀를 원망했을 가능성도 있다. "나는 너를 위해 있어 착각하지 마." 루시가 죽음으로서 지킬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아주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이사회가 모두 죽은 이후에도 하이드가 등장할 이유는 오로지 하나 뿐(댄져, 루시데스)이었을 테니... 결국 루시가 존재하기에 하이드가 끊임없이 레드랫을 찾고, 지킬이 타락에 물들어 자신의 악을 통제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The Confrontation' 이후 한동안 하이드가 등장하지 않은 이유와도 연결지을 수 있다.
더는 원인이 존재하지도 않는데다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선한 인물을 죽이고 말았다는 충격과 죄책감이 그 무엇보다 심하지 않았을까? 욕망을 품을 대상이 없기에 욕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동안은 지킬이 마치 '자신의 악을 제어가 가능한 것' 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만 이는 지킬의 아주 대단한 오만이자 착각이다.
지킬은 루시가 죽은 이후, 하이드가 없는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악을 청산하게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끝내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결혼식을 올리는 행위로 위선의 끝을 달리고, 자신이 승리하였다는 오만함을 품은 탓에 또 다시 악이 깨어난 것이다.(원작 소설과 유사) 타인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
하이드가 느끼는 감정은 결국 모두 지킬이 느껴온 감정이다. 하이드가 되자마자 스트라이드를 죽인 것은 그동안 지킬에게는 스트라이드가 눈엣가시였다는 뜻일테고, "제멋대로 변신을 시작한다." 라는 말과 같이 결혼식에서 하이드가 튀어나온 것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지만 그의 신체적 생리현상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이드는 자신의 본능대로 스트라이드를 죽여버리지만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하이드조차 외부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브로드웨이 프로덕션 기준) 브로드웨이 고딕 프로덕션의 경우 하이드가 먼저 총을 맞은 뒤 엠마를 인질로 삼는데, 하이드도 사람이니 자신의 생존을 위한 무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누구나 알 수 있듯, 결혼식장은 지킬과 엠마를 축복하기 위해 준비되었던 장소이니 만큼 엠마를 위협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소중한 사람 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지킬이 이성적으로 루시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듯 엠마가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능이라는 것은 외부 자극에 굉장히 취약한 존재이며, 매우 감정적이고 순간에 취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 한다. 하이드의 "나는 아주 상처를 잘 받거든." 이라는 대사 또한 아주 당연한 소리라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악이 아닌 지킬의 본심이니까.
때문에 소중한 이가 말한 "당신은 날 해치지 않아요." (브웨 초연의 경우 "당신이 날 해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에 자극 받아 지킬이 이성을 되찾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이드는 이성으로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적으로 다가갔어야 했다...
그토록 많은 위선자를 죽였음에도 자신을 레드랫으로 이끈 어터슨은 죽이지 않은 하이드, 이유가 뭘까? 하이드는 어터슨을 자신의 친구라고 여겼던 것이다.(ㅋㅋ) 왜냐? 지킬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첫번째로 어터슨이 자신에게 칼을 겨눴을 때, 하이드는 "모든 걸 보여줄 테니 도망이나 가지 말게. 그럼 정말 슬플 거야. 난 아주 상처를 잘 받거든" 이라는 말을 한다. '니가 나한테 칼을 겨눠서 존 나 상 처 받았다.' 라는 의미다.(;)
그렇게 결혼식에서 어터슨은 두번째로 하이드에게 칼을 겨누게 되는데, 이 때 하이드는 멈칫하며 "어서 해요, 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이라고 말한다. 이를 지킬이 하는 말로도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공식적인 대본에는 확실하게 '하이드'로 명시가 되어 있다.(국내 지킬앤하이드 10주년 프로그램북 발췌)
결국 하이드는 자신의 친구에게 두번이나 위협을 받다니 말도 못 할 상처를 받은게 아닌가...(자업자득;) 다만 이것은 단순히 친구의 적대시로 인해 상처만 받았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어터슨이 칼로 자신을 겨누는 순간, 이에 자극 받은 하이드는 무언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의 마음을 짓밟고 파괴하고 있음을... 동시에 본능대로만 움직이는 자신에게 혐오심까지 들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하이드가 자신(지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상처받고(...) 모든 게 끝났다는 후회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악의 화신인 하이드가 마지막으로 느낀 감정이 슬픔과 후회라는 것 마저 역설적인 것이다.
또한 그가 말한 '우리 모두'는 필시 지킬과 하이드까지도 포함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자신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들을 위해, 이 끝없는 악몽 같은 굴레를 끝내고자 하는 대사라 볼 수 있다.
그리고 하이드가 자결을 택하자 어터슨이 "신이시여! 그를 용서하소서!" 라는 말을 하는데, 성경에서 자살은 예수조차 구원하지 못 할 죄악이며 무조건 지옥으로 떨어지는 직송 루트이다...(배신자의 아이콘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한 것에 대한 회개가 아닌 후회로 가득 차 자살하여 죽게 된 것과 동일)
결국 지킬과 하이드는 신에게 도전하고 신을 배반하여 죄악을 저지른 뒤 회개하지 않고(제정신이 박혔으면 결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건 굉장한 욕심이다.) 엠마를 해치려다 후회로 물들어 자살을 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결과 지킬과 하이드는 지옥을 면치 못 하겠으나, 그는 자신을 제거함으로써 사회적인 죗값을 치르게 된다. 그가 죽기 직전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은 아주 처절하기까지 하다. 아버지를 위해 시작한 일이 자신과 주변 모두(그가 말한 '우리 모두')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걸 어찌 알았겠는가.
"그때까지는 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그의 영혼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라고 말이죠. 그리고 제 영혼마저도..." 어터슨이 이 나레이션을 결혼식 이전에 한 것을 보면, 이것은 어터슨이 하이드를 알게 된 이후 지킬의 행적을 눈 감아 주며 그 또한 위선에 가담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사일까?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지킬은 자신의 교만함으로 인해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의 무모한 도전으로 주변 인물들까지도 위선과 재앙을 피하지 못 하게 된다. 지킬(Jekyll)의 이름 Je(나를 뜻하는 프랑스어)+kyll(영어의 kill과 같은 발음)='나를 죽이다' 와 같이 지킬의 파멸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지킬앤하이드는 기독교적인 성향이 매우 짙은 작품이다. 결국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19세기 당시 대영제국은 기독교가 사회적인 신념에 깊게 뿌리 잡혀 있었으며, 역사적인 배경이 영국이었던 지킬앤하이드라는 작품 또한 자연히 기독교적인 성향이 매우 짙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성경에서 말하는 '아담과 하와의 원죄가 교만'이었음을 통해 지킬의 신을 향한 도전이 그를 파멸로 이끌어 온 것이라는 걸 자연히 알 수 있다. 'This is The Moment'에서 그가 말했던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라는 대사 그대로 신이 그를 저주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칠죄종(교만, 식욕, 시기, 분노, 음욕, 탐욕, 나태)에서는 교만을 가장 커다란 죄악으로 보는데, 어째서 교만이 가장 커다란 죄악일까? 그것은 바로 아담과 하와의 원죄(신을 거역하여 선악과를 따먹음)로 인해 다른 죄들이 야기되었는데, 그 시초가 바로 교만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킬이 교만함을 가져 신의 뜻에 반하며 부르는 넘버가 바로 'I Need to Know' 이기도 하다.
알길 원해
왜 인간은 본능 속의 악한 것에 유혹당해
끝내 스스로 영혼을 태우는가
알아야 해 그 진실을
신이시여 내 길 이끄소서
내 눈 밝혀주소서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가사 그대로 'I Need to Know'는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그 순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넘버일 것이라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세기 2장 17절
17.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3장 1-8절
1. 여호와 하나님의 지으신 들짐승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하더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가로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2.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3.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4.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6.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7.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8. 그들이 날이 서늘할 때에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아담과 그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성경에서 선악과는 눈을 밝히는 과실로 묘사되며, 뱀은 여자에게 이를 먹으면 하나님과 같이 지혜롭게 될 것이라는 유혹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오히려 눈이 밝아져서 죄를 깨닫고 하나님의 권위를 잃어버린다.
성경의 여자가 남자에게 선악과를 권한 것과 같이 지킬은 여자(루시)의 유혹에 넘어가 붉은 약물(선악과는 붉은색으로 묘사된다)을 통해 지혜(선과 악에 대한 진실)를 쫓게 되는데, 그 결과 알아선 안 될 것— 지킬의 내면으로부터 탄생하게 된 죄악(하이드)이 'Alive1'에 등장하는 '길을 잃어버린 나', '천국이 저주한 낙인' 인 것이다. 하이드의 이름 Hyde('숨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Hide와 발음이 동일)는 아담과 그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 것'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Streak Of Madness'에서 등장하는"독사처럼 꼬시고 끝낸 날 태워" 의 독사가 바로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한 사악한 뱀(사탄)일 것이며, 뱀(하이드)가 여자(루시)를 유혹하는 내용을 담은 넘버가 'It's A Dangerous Game'이다.
작중에서 지킬이 약물을 보면서 "영롱한 붉은꽃 내 맘을 유혹해" 라고 말하는 가사는 붉은꽃=루시=약물이라고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을 테며 그것이 결국 선악과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지킬앤하이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성경에 대입을 한다면 신=하나님, 약물=선악과, 지킬=아담, 루시=하와, 하이드=뱀(사탄)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루시가 지킬과 하이드를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이유다. 결국 아담과 하와가 원죄(교만)로 인해 다른 죄들을 야기하였듯 지킬은 자신의 교만으로 창조하게 된 하이드를 통해 죄악을 저지르게 된다.
하이드가 루시를 죽이고(붉은꽃이 지고)나서 후회를 하는 모습도 결국, 그가 선악을 깨우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에 빠질 것 같아" 라는 대사 자체가 그가 새로운 감정을 깨달았다는 의미로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엠마가 결혼식에서 말했던 "당신은 날 해치지 않아요." 로 인해 선악을 알게 된 하이드의 죄책감을 자극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결국 루시와 지킬, 그리고 하이드와의 만남과 그녀의 죽음은, 지킬과 하이드의 동화를 촉매 시키는 일종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루시가 죽은 직후에 'The Confrontation'을 하는 것이 그 근거를 뒷받침해 준다. 아무리 지킬이 "난 아니야" 라며 부정하고 애를 써도 그 안의 하이드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하이드 또한 지킬의 면모를 버릴 순 없다. 지킬도 내심 알았을 것이다. 하이드가 "나는 너 너는 나, 내가 너 너는 나" 라고 말했듯이, 자신이 하이드고, 하이드가 자신이니까.